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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관리에 대한 원론적 접근 - 조직 엔트로피의 적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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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엔트로피의 적이 되라!

 

상식적으로 널리 알려진 자연과학법칙인 열역학 제2법칙, 일명엔트로피(Entropy : 무질서한 정도, 자연 물질이 변형되어 다시 원래의 상태로 환원될 수 없게 되는 현상)의 법칙모든 에너지는 가용한 것에서 무용한 것으로 변한다는 자연적 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과학적 정의이다. 쉽게 말해, ‘뜨거운 물은 가만히 두면 차가운 물로 변화하고, 차가운 물은 에너지를 가하지 않는 이상 결코 자연적으로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식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상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십 수년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문명비평가이자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이 법칙이 비단 자연 현상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구체적 사실들을 제시하며 주장한 바 있다. 이를테면 정치제도, 사회·문화적 관습 등은 지속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것이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왜곡되거나, 심한 경우 전혀 기능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속한 조직과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에 흐르는 엔트로피

 어느 기업의 사례 : A 차장은 우리 회사에 입사한지 5년차의 핵심인재이다. 처음 그가 우리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그는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상품이 당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으로 위협받던 우리 업계에 활로를 열어 주었다. 비록 회사에 큰 이익이 되지는 못하였지만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우리의 보유기술을 새로운 기술과 접목시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A 차장은 더 이상 그의 열정을 발휘하지 않는 모습이다. 기존의 안정적인 사업만을 추진하고 새로운 시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다. A 차장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실적인 문제들을 들먹이며 반대했다. 심지어 A 차장의 지난 성공을 수익성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여 실패한 사업으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순간 A 차장은 더 이상 새로운 사업 방향성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려는 다른 직원들에게 본인이다 해 보았지만 어림 없었다라며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사람이 되었다.

 

이상의 사례는 창업 이래 성공을 거두며 규모적인 측면에서 성장을 이룬 많은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이다.

처음에는 많은 조직원이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목표를 향해 질주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발현되던 에너지가 점차 무용한 자원으로 흐르거나 소멸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조직 내 무용한 에너지의 양이 커질수록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그 동안 많은 회사들이 이것을 평가, 보상, 구조조정 등 강압적 통제의 기제를 활용하여 해결하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이런 통제의 기제들이 즉각적인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변화관리의 측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변화의 흐름은 일시적인 것에 그치거나 오히려 엔트로피를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엔트로피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의 변화관리는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첫째, 근본적 접근으로 시작하라 : 구조적 변화 시도

세계적인 경영혁신의 전도사 게리 해멀(Gary Hamel)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What Matters Now, 2012)』에서엔트로피의 적이 되라(Become an enemy of entropy)”고 조언한다. 이것은 조직의 변화관리를 단순하고 가벼운 수준의 개선활동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치열한 다툼의 관점에서 매우 진지하고 근본적인 접근으로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은 변화관리라는 단어를 유행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유명한 학자나 기업의 변화관리 기법을 차용해 시험 삼아 적용해 보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어떤 기업은창의성이 중요하다!’며 자신들의 특성과 조직문화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조직의 직급체계를 허무는 등 급격한 변화를 꾀하기도 하였다. 정작 창의성이 왜 중요한지는 모른 채 말이다. 변화관리에 대한 이러한 식의 가벼운, 혹은 경솔한 접근은 오히려 직원들로 하여금 변화에 대하여 강하게 저항하도록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화관리를 통해 거두고자 하는 궁극적인 효과는가용한 에너지의 지속적 재생산이다.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무용한 것으로 흘러가는 에너지의 흐름을 다시 가용한 에너지로 재생시키는 작업이다. 기존에는 주로 무능한 직원을 선별하여 본보기로 퇴직시키거나, 차등적 보상 기제들을 활용하여 이러한 작업들을 통제적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통제적 수단만으로는 더 이상 급변하는 시장의 니즈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혁신의 모델이라 여겨지는 GE는 이러한 사실을 진작에 깨닫고 조직의 엔트로피를 가속화하는관료주의부터 깨뜨리기 시작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당시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는 조직 내 관리 및 감독기능을 수행하던 기획, 재무, 인사 부서 등의 규모를 효율화시켰으며, CEO와 실무자들 사이에서 관리 역할을 하던 수석 부사장 계층을 제거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단순화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GE의 유명한 워크아웃 기법은 먼저 이러한 과정이 진행된 이후에 적용하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잭 웰치는조직구조 변화를 선행하지 않고 워크아웃만 먼저 도입했다면 관료주의로 인해 실패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GE의 변화관리 과정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변화관리의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인 근본적 구조를 점검하고, 해당 영역에서 우선 시작하라는 점이다. 조직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에너지를 가로막는 엔트로피, 잭 웰치는 그러한 매너리즘의 원인을 관료주의에서 찾았고, 그것을 먼저 개혁하지 않는 한 변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고 믿고 적절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적용질문 1. 지금 우리 조직의 변화관리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가? GE의 잭 웰치처럼 근본적인 원인규명에서 출발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변화관리의 이론들을 쫓아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가?

 

<그림 1> 변화관리의 장애요인 분석 예시 : 개별 이슈 및 연관관계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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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핵심가치를 단순화하라 : 실질적 가치체계 정립

‘핵심가치(Core values)’의 개념이 도입된 이래 많은 기업들이 각자의 핵심가치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이제는 핵심가치를 내세우지 않는 기업이 드물 정도로 통상적인 개념, 일상적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핵심가치를가지고(have)’ 있는 것과 그것이 진짜 그 기업의 핵심가치로작동하는가(activate)’하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 여러 기업들의 핵심가치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수 기업의 핵심가치 요소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좋은 단어들은 다 가져다가 사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도전, 창의, 열정, 글로벌 등의 단어들이 그러하다. 물론 한 조직이 태동하여 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필요한 가치 요소를 나열하라고 한다면 비슷하게 나타나기 쉽다. 다만, 진정한 문제는 실행하지도 않는 다양한 요소를 지나치게 많이 담으려 할 때 발생한다.

핵심가치는 첫째, 다양한 조직원들의 에너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기 위해 만드는 것이며, 둘째, 조직의 관료주의적 문화와 각종 통제 기제를 완화시키면서도, 통제적 수단이 부재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분산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종의 매뉴얼을 통해 직원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세부적 지침을 제공하였다면, 이제는 조직의 핵심가치를 통해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직원들이 그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보다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내에서 바람직한 핵심가치의 목적과 효용은조직이 변화에 대해 유연성과 적응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매뉴얼에 포함되었던 내용들을 모두 핵심가치 안에 삽입하려 하면서 직원들을 또 다른 형태의 통제의 울타리 안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어떤 기업에서는 5가지의 기본 핵심가치를 제시하되, 각 핵심가치 요소 내에 또 다른 3~4가지 이상의 세부 가치요소를 포함시켜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이것도 잘 하고 저것도 잘 해야 하는 슈퍼맨이 되기를 요구 받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적응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핵심가치는 가급적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핵심가치 요소 간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Walt Disney 1장짜리 페이퍼에 6가지 핵심가치(Innovation, Quality, Community, Storytelling, Optimism, Decency)를 간략한 선언서의 형태로 담고 있다. 단순하고 간략한 핵심가치 요소들은 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주고 있으며, 직원들 역시 이것을 자기 회사만의 독특한 핵심가치로 인지하고 실행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른 예로, 세계적인 네트워크 시스템 기업 CISCO Systems 10가지의 핵심가치(그들은 이것을 ‘CISCO culture’라고 부른다)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가치 보다 고객을 최우선시 한다는 가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10가지 중 4가지 가치요소(Drive change, No technology religion, Innovation, Continuous improvement)를 변화와 혁신에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함으로써 조직이 무엇에 더 비중을 두고 중요성을 판단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적용질문 2.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조직원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단순화되어 있는가? 조직원들은 회사의 핵심가치를 우리만의 것으로 인식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리더에게 변화관리 책임을 부여하라 : Change agent』로서의 리더 역할 강조

2011년과 2012, ASTD(American Society for Training & Development)에서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핵심적 글로벌 리더십 역량 요소와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많은 CEO들이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역량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았다. 이는, 최근의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리더의 변화관리 책임과 역할이 지대하다는 인식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역으로, 과거에 GE의 잭 웰치가 분석했던 것처럼, 리더가 변화의 가장 큰 장애 세력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기존의 관료주의를 포기하지 못 하는 리더들이 그러하다. 현실적으로 관리의 편의성 측면에서 관료제 형태의 직원관리체계 만한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하급 직원이던 시절에 훗날 누리고자 했던 안정적 지위와 각종 효익을 이제 와서 포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의 리더들을 변화 주도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변화관리의 role model로서 책임을 가지고 활동하도록 유도하고 노출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림 2> 글로벌 리더십 역량 조사 결과 (2012 AS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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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2012 ASTD ICE, Global leadership track 참조

 

구글에서는 리더에게 학습조직의 운영 역할을 부여한다. 그런데 그 학습조직의 운영 방식은 기업 현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리더에 의한 강압적 학습 지시가 아니라, 리더 본인도 타 구성원과 수평적 관계로 참여하여 함께 학습하고 고민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학습의 내용도 단순히 정형화된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것 보다는 실제 신규사업 진행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의 습득, 현재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조직의 난제에 대한 해법 모색 등이 중심이다. 다른 사례로, 전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통신회사인 AT&T는 정부의 독과점 규제와 스마트폰 시장 증대 추세 이후 변화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 바 있다. 이에 AT&T가 취한 대응 방안 중 하나는 기존의 보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리더들로 하여금 직접 직원과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AT&T는 매년 대규모의 컨벤션 센터에 리더들을 한데 모아 각 사업분야로부터 도출한 고객의 역할과 직원의 역할 내용이 담긴 미션카드를 배부하고, 해당 내용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였다. 고객과 직원 역할을 수행하면서 리더로서 놓칠 수 있었던 현장의 난제를 대면하여 직접 고민하고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리더에게 변화의 책임을 부여하고, 실제 경험적 학습을 통해 변화관리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 시장 내에서 성공적인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러한 변화관리의 역할 부여와 필요 역량강화 지원과 더불어, 리더에 대한 평가 기준의 보완도 필요하다. 우선, 리더십 역량 평가 항목에 변화관리 역량을 포함시키고 이를 영역별로 세분화하여 평가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의 핵심가치를 가장 먼저 실천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이 가장 큰 구성원이다. 따라서 실적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역량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때 개인과 조직의 변화관리에 대한 구체적 실천 여부 및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둘째, 변화관리 역량을 향상/강화시키는 것을 리더 육성과정의 최우선적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리더의 1차적인 책임이 조직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 기능을 원활하게 운영하고 지원하는 것에 있다면, (조직의 존속 및 지속적 성과 창출을 위해) 조직 내에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변화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도 리더의 핵심적 역할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용질문 3. 우리 회사에서는 리더에게 변화관리 책임을 부여하는가? 리더십 역량 평가에 변화관리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가? 리더 육성에서 변화관리의 중요성은 어느 수준으로 다루어지는가?

 

<그림 3> 효과적인 변화관리를 위한 핵심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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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관리는 더 이상 조직에서 시행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선택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최소화하고 지속적으로 가용한 에너지를 재생산해 내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의 성과와 직결되는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야 하며, HRD의 장기적 숙제인조직개발의 근본적인 지향점과 궤를 같이 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변화관리 이론과 변화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article들은 수없이 많다. 그들 모두 비슷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조직에 필요하고 적합한 변화관리의 프로세스를 실행 가능한 형태로 안착시키는 과정일 것이다.

 

서명호 과장

(mhseo@val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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