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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 원점에서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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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 원점에서 다시 보자

 

1. 직무중심 HR

IMF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지 이제 20년이 되어간다. IMF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기업의 인재 관리 패러다임에도 전환이 이루어졌다. ‘직무성과 중심의 HR’ 또는직무/역량 중심의 HR’로 대표되는 서구의 HR 제도와 Infra가 도입되면서, ‘직무 중심의 인사과학적/체계적/선진적 인사와 동의어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이는 한 마디로, ‘사람중심의 인사에서중심의 인사로의 전환을 뜻한다. 기존의 사람 중심 인사가 사람을 먼저 두고 각 개인의 능력에 맞는 업무와 지위를 부여하는 개념으로, 인력들을 다양한 업무와 조직에 배치하면서 generalist를 육성하는 인사였다면, 일 중심의 인사는 각 직무별 요건과 업무의 범위 등을 사전에 명확히 정의하고, 개인들이 그러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켰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일 중심 인사의 관점에서는 동일한 직무 grade의 사람들은 역량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가정 하에, 직무에서 요구하는 업무에 부합하는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따라서, ‘일 중심 인사로의 전환은 성과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가 불가능 하고, 전문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지식사회의 업무 형태에 부적합 한 기존의연공중심 인사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으로 떠올라, 수 많은 기업에서 앞다투어 도입하였고 그러한 흐름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러나, 반드시중심의 인사가 옳고, ‘사람중심의 인사가 그르다고는 할 수 없다. 업의 형태, 조직의 HR 철학과 구성원의 특성, 해당 업무의 특성에 적합한 지향점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직무 중심의 인사가 확산되는 것이 큰 흐름이라 할 때, 직무 중심의 HR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직무 중심의 HR이란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 제반 인사제도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직무가 인사제도의 일관된 Infra로서 기능하고, 모든 인사제도는 이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연계되는 모습이다.(그림 1 참조 : 국내 A 그룹 직무 기반 인사 체계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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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직무 중심 HR 구현을 위해서는 직무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직무조사를 매우 면밀하게 하고, 상세한 직무 기술서를 구비하면 인사 제도 구축에 필요한 정보들이 체계화 되면서 인사제도가 자동으로 갖추어 질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직무조사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또한 직무조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서 반드시 의미 있게 활용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는 것이다. 직무조사의 목적과 활용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정보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직무조사를 통해 직무의 목표, 속성, 요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 직무 평가를 통해 각 직무급의 상대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매겨진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 하는 것이 바로 직무급이다.

 

2. 직무급 Trend

직무급은 조직 내에서의 직무들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로, 이는 근속 기간 기반의 연공급이나 개인의 직무수행 능력에 바탕을 둔 직능급(능력급),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 따른 성과급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미국에서 널리 적용되는 직무급의 취지는 근로자의 임금을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관리자의 임의대로 결정해 오던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동일직무-동일임금을 요구하던 노동 운동의 흐름 속에서 자리잡게 된 것이었다. 능력이나 성과는 인적 요소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데 반해, 직무 자체에는 인적 요소가 고려될 여지가 없으므로, 직무에 따른 보상이 가장 객관적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세분화된 직무의 가치에 따라 시장 임금이 형성되어 있고, 그 시장 임금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어떠한 수준의 보상 정책을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직무별 보상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인력의 이동/배치가 극도로 어려워 지는 등 실제로 직무급의 문제점들이 대두되면서 직무급은 능력(역량)과 성과도 함께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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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요소의 극단적 형태인연공중심에서직무/역량중심의 HR 체계 전환이 이루어진 우리 나라와는 반대로, 인적 요소를 극단적으로 배제한직무중심에서 인적 요소인능력성과를 점차적으로 반영하는 형태로 변화해 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직무급의 결정적 단점인 성과와 능력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범위 직무급을 도입하여 동일한 직무 가치를 지닌 직무라 하더라도 직무 수행자의 역량과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둘 수 있도록 변형시켜왔고, 이는 우리의 연봉제 기본급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차등의 기준이 직무의 가치냐(직무급), 연공/역할/역량 등이 반영된 직무 등급이냐(한국형 연봉제)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급의 구조나 인상 방식들은 거의 동일한 모습이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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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도 직무급을 도입하는 시도가 있었고, 현재에도 직무급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직무급만이 가장 과학적인 보상 제도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직무급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직무급을 도입하고자 하는 목적과 우리 나라 노동 시장의 특성 및 해당 기업의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설계해야 할 것이다.

 

3. 직무급 도입 시 고려사항

원래의 미국식 직무급이 가진 가장 큰 이슈는 개인의 역량이나 성과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만 보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들이 보다 나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거나 역량을 개발할 동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또한 수행하는 직무가 바뀌면 직무의 요건도 달라지고 업무의 효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이나 업무의 도입 등 조직에 발전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저항하게 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조직의 혁신을 도입하는데 한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들과 더불어 한국적인 맥락 하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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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은 오랜 동안사람중심으로 조직과 인력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관행이 남아 있어 철저한 직무 단위별 인력 운용을 전제로 하는 직무급의 적용이 곤란하며, 오히려 인력을 운영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직책자의 경우나, 단위 조직 내에서 직무의 가치가 뚜렷하게 차별화 되는 일부 직무에 한해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연공에 따른 보상을 운영해 왔고 역량과 성과에 따른 연봉제를 최근에야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상 차등의 기준 자체를직무 가치로 급격히 전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현재 연공과 역량, 역할 수준에 따라 설정된 직급을 기준으로 하고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에 차등을 두는 연봉제의 틀을 유지하되, 직무 가치가 차등되는 그룹에 대해수당형태의 추가 보상을 실시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고려 가능하다. 이렇게 하는 경우, 직무 가치가 높은 직무에서 낮은 직무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보상의 차이를 적용하기 용이하여, 한국 상황에서 직무 가치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면서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하기에 적합하다.

직무평가의 수용성 측면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보상의 경우, 차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여 구성원의 수용성을 담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직무평가 결과에 대해 구성원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직무의 요건이나 가치는 기계적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판단이 개입하게 되는 것으로, 그 결과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과 의지가 필요하다.

또 우리 기업의 경우, 인력의 이동이 구성원 보다는 주로 회사의 필요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본인의 현재 직무에 만족 하는지, 직무 이동에 따른 보상 변동을 수용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나라는 미국과 달리 직무 단위로 시장 보상 수준을 파악하기가 곤란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급 연차에 따른 기본급 차등을 두고, 직군별로 일부 차등을 두는 상황이다. 따라서 외부 가치 비교에 따른 보상 책정보다는 조직 내에서 직무 가치에 대해 일부 보상을 수행하면서 내부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떤 제도이든 절대적인 것, 어느 상황에나 정답인 것은 없을 것이다. 직무급의 경우에도, 먼저목적에 대해 분명히 정의하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찾아가되, 다양한 대안들이 가진 특징들과 그 맥락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장연이 Associate Director  (yyjang@valuse.co.kr)

Source : HR insight 4월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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