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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파괴와 수평화시도, 과연 진정한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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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파괴와 수평화시도, 과연 진정한 답인가

- 직급체계의 유연성 확보 및 합리화 추진 :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선택적 적용

  

직급체계 구성 및 운영의 기초와 국내 전통적 직급체계의 특성

연관된 시장과 사업의 종류, 경영 기반(management infra)의 구축 및 운영 수준 등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제는 무릇 전략적 HR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회사를 구성하는 핵심 필수요소이자 각 요소 간의 가능자(매개자 : enabler)로서사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에서 기업별 특유의 가치와 지향점을 반영하고 합리적 기준과 운영 방식으로 구성된 종합적인 HR 체계의 확보를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채용, 평가, 보상, 경력관리 등 다양한 HR 영역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이루어지는데, 이 중 여타 제반 HR 제도 운영의 기초 요소로서 직급체계에 대한 개선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직급(job grade) 체계는 직무에 따른 기능 구분(수평적 분류)과 더불어 인력관리의 가장 기초적이고 근간이 되는 기준으로서, 통상적으로 수직적 계층 구분 기준(level, 또는 step)의 형태로 구성되어 회사 내에서 업무상의 담당 위치를 의미하는직위(job position)’, 그에 더하여 직무상의 보다 구체적인 권한과 책임을 동반한 보직으로서의직책(job responsibility)’ 등과 연계되어 직원에 대한 역할 부여 수준 및 처우 제공을 구분하는 기준 요소로서 활용된다. 과거에는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조직의 구성 및 구성원의 배치 자체가 다단계의 세부적인 계층 구조로 구성되고 역할 및 책임에 따른 상향/하향 커뮤니케이션(‘지시 하달보고)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적이었는데, 이러한 구성 및 운영의 근간으로 자리잡은 전통적 직급체계는 직급별 일률적 처우의 고정적 제공 및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 이동(승진) 등을 대표적 특성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대다수 초기 국내 기업의 직급체계 구성과 관리의 틀이 대부분 산업 개발 시기 전후 관료 조직의 그것을 차용하였으며, 이것이 또한 근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위계제 및 일본식 직제 등에 유래를 두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전통적 직급체계의 구성 및 운영은 책임과 권한 범위의 명확성, 의사소통 흐름의 일관성, 처우 및 혜택 제공의 고정성 등에 의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산업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하에서 의사결정 및 변화 대응 속도가 느려질 우려가 있고, 젊고 유능한 인재에 대한 파격적 동기부여 등이 곤란하다는 단점 등을 지적 받으며 구시대의 산물로 비판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서구식 HR 프랙티스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유연한 인력관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 하에 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방식의 수평화 및 직급 파괴가 시도되었다.

 

직급 파괴 및 수평화 추진 유형과 적용 사례

직급 파괴는 그 적용 양상 및 강도에 따라 기본적으로는 직급의 구분 단계 및 처우 기준은 유지한 채 타 인사제도 상에서의 직급 활용 방식 등을 변용하는 기초적인 수준에서, 점차 직급 단계를 축소/통합하고 처우 기준도 개인별로 유연하게 적용하는 강도 높은 수준의 흐름 내에서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사례로서 국내에서 적용되었던 가장 기초적 수준의 직급 파괴 시도는 주로 상위 직급 승진시의 승진연한을 폐지/축소하거나, 직책 보임 시의 직급 자격 기준을 하향하는 방식으로서, 직원들에게 기존의 연공 대비 보다 능력과 성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성과주의 지향의 메세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고정적 경력 단계로서의 직급의 폐쇄성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직급 기준 활용 측면에서의 기초적 직급 파괴 시도 이후에 S그룹, C그룹, H그룹 및 각 소속 자회사 등에서 직원 간 호칭을 계층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수평적 관점에서 통용(상호 간 성명에 ‘~’, ‘~매니저’, ‘~등을 붙여서 호칭)하는 사례도 적용되었다. 이는 직위나 직급에 따른 호칭 구분에 의해 은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상의 제약이나 역할 한계 설정을 방지하고, 직원들이 보다 수평적인 관계 하에서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며 활발하게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도록 유도/장려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표면적 직급 파괴와 더불어 보다 강화된 형태의 탈() 직급화는 직급별 보상 제공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하위 직급에 대해서도 상위 직급 대비 보다 높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기본급 pay range, 직급간 기본급 pay-band overlap 등을 통해 확인)를 제공하기 위해 보상체계 조정(직급별 pay-band 재설계 등)을 병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직급 단계 자체를 통합하여 간소화(축소)하는 방식의 적용도 최근에는 조직 슬림화 추진 흐름과 함께 많이 검토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림 1> 직급 파괴 추진 유형 및 강도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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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 파괴 적용의 한계 및 부작용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직급 파괴 및 수평화 시도가 반드시 애초에 의도하였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직급별 호칭 통합을 적용한 경우에 직원 간 표면적인 호칭은 동일해졌으나, 인력 간 업무 배분 및 역할 수행의 방식은 종전의 수직적 체계 하에서 상명하복식 방식을 그대로 적용함에 따라 유명무실하게 되거나(표면과 실상의 괴리), 사업 특성상 직원들이 외부 이해관계자와 빈번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서 별도의 대외 직급체계를 병행 운영함에 따른 혼선이 유발되는 사례도 발생하였다.

처우 측면에서 직급별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 기회 확대를 꾀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조직 내 역할 발달 단계 상 하위직급에서는 확연한 차별적 성과 창출이 곤란하여 기껏 제시한 보상 기회가 적용되는성공 사례가 전무할 수도 있다. 2~3개 직급을 통합하여 전체 직급 단계를 간소화(축소)함에 따라 기존 대비 승진 기회(횟수)가 줄어들었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직원들의 저항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불어, 직급 파괴 및 수평화 적용의 시범 case 확보를 위해 제도 전환 초기에 단행한 발탁 인사나 파격 승진에 대해서 미처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과 위계질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직급 파괴와 수평화를 통해 조직 및 인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동기부여를 강화하려는 본연의 목적 대비 오히려 혼란과 복잡이 가중되고 동기부여를 저해할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 또는 적용 초기의 시행착오는 대부분 해당 기업의 내외부적 특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상태에서, 범용적인 직급 파괴 및 수평화 방식을 취하였음에 기인한다.

 

직급체계 유연성 확보,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타당한 판단과 적정한 방식 적용이 필수

직급 파괴나 수평화 시도 자체가 갖는 본연의 목적 및 기대효과 자체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입 여부에 대한 타당한 판단, 적정한 도입 방식의 선택, 도입 및 적용 이후의 지속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직급 파괴 및 수평화 방식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사업적 특성이다. 사업적 특성은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방식을 결정짓는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 사업에 따라 가치 창출을 위한 최선의 역할 부여, 과업 배분, 의사소통 양상, 내외부 이해관계자 대응 방식 등이 차별화되는 것이며, 그를 위한 내부 기준으로서의 직급체계의 구조(단계 및 요건 설정 등)도 상이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건설 및 엔지니어링 현장과 같이 분야별 종합적 경험과 통합적 관()을 보유한 리더의 판단 하에 다수의 구성원들이 분야별로 과업을 배분하되 일사불란하게 협업을 추진해야 하는 분야와 자금 운용이나 과제 연구와 같이 유사한 목적이나 성과는 공유하되 개별적 업무 수행과 성과 창출을 추진하는 분야가 상이한 것과 같다.

또한, 이와 연계하여 인력 그룹의 특성과 현황(인식과 수용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사업적/업무적 특성과 관련하여 직원의 역량 발달을 꾀하는 바람직한 양상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섭적 관리 역량의 함양을 꾀하는 것인지에 따라, 직급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 발달 단계의 구분 필요성과 적정 단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직원 인식적인 측면에서는 회사 내에서승진이 가지는 내외부적 의미(대외 가시효과 등)와 그에 따른 동기부여 효과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업무 특성과 인력 특성에 부합하는 적정 직급 단계 및 수평/수직적 관리 양상을 판단하여 직급 파괴 및 수평화의 타당성을 판단하였다면,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적정 방식 및 적용 단계 등을 구체화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제반 HR제도의 구성 및 운영 현황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직급체계를 구성하고 활용하는 측면에서 대표적으로 평가(성과관리 및 역량평가 측면에서 성과지표와 역량 항목을 구분하고 요구 수준을 차별화하는 기준으로서의 적정 직급 구분)와 보상(보상항목 및 비중, 수준을 구분 적용하는 기준으로서의 적정 직급 구분과 직급별 보상 기회 차별화 기준 상세 설계)의 개선/조정이 수반되며, 부가적으로 경력개발 측면의 단계 설정 및 자격요건 구성, 육성 프로그램 matching이 뒤따른다. 구성된 직급체계를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승진의 요건 정의, 심사 및 평가, 선발 및 처우 변경 등의 기준과 운영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반사항을 목적에 따라 개선/조정하는 것은 물론, 향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 역량 및 여건의 확보 수준에 대한 검토와 확인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직급 파괴나 수평화를 통한 유연화가 상시 통용되는 무조건적 선은 아니다. 상기의 사업적/인력적 특성과 내부 여건은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간에 다르며, 같은 회사 내에서라도 조직에 따라 혹은 인력 그룹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결국 직급체계의 성공적 관리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직급체계 유연화 또는 수평화의 관리 방향성을 적정하게 선택하고, 경영진과 제도 운영 주체의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하며, 분명한 실행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의 공감과 수용을 끌어낼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최 광 부장

(kchoi@val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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