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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로 가기 위한 CFO
- CFO가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오류들 -

A사는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로 해외에 독립법인을 설립하고자 했다. CFO인 김 재무 전무는 본인이 회사 전반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으므로 해외시장 개척도 본인이 주도하고자 했고, CEO는 그 가치판단까지도 김재무 전무에게 일임하였다. 김 전무는 모든 사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랜 기간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원료비/지대/인건비는 기본이고, 물류비의 요일별 변화, 원유가 변동에 대한 민감도 분석, 환 리스크 분석 뿐만 아니라 현지 협력업체 M&A시 들어가는 비용, 전후방 연관기업이 동시에 해당지역에 진출했을 때의 비용, 해당국의 정치가들과 연줄을 맺는 비용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고려한 예측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김 전무는 모든 정보를 감안하기 위해 주말도 없이 분석모형에 매달렸지만 김전무가 CEO에게 보고한 사항은 재무성과 예측뿐이었다. 역시 CFO 출신이었던 CEO도 정확한 감은 없었고, 항상 “이것이 이렇게 바뀌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을 보고 때마다 던졌으며, 그 말 한 마디에 예측모델은 수정되고는 했다. 내일 당장 해당지역으로 진출할 것 같다가도 막상 당일이 되면 해외진출 건은 없었던 것으로 번복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하루에도 몇 번씩 NPV가 양과 음을 오가는 시뮬레이션 작업이 오랜 동안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지쳐갔고, 해외에 진출해서 잘 해보자는 꿈에서도 멀어져 갔으며 관련자들은 하루빨리 이 보고를 마무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 해외진출은 흐지부지 되었다.

물론 A사가 의사결정을 적정한 시기에 하지 못한 가장 큰 잘못은 물론 CEO에게 있다. 하지만 위의 경우 총 책임을 맡은 김 전무도 잘못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김 전무가 분석모델에 매달린 이유는 숫자만이 모든 진실을 대변하고, 모델이 정교해질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올라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항상 재무적인 추정치에만 의존 했을 뿐 사업에 대한 본인의 감이 없었을 뿐더러, 미래 성장에 대한 소신을 정성적으로 풀어내어 피력한 적도, 반대로 해외사업의 비효율성을 주장한 적도 없었다. 해외시장에 대한 꿈이나 냉정한 가치 판단, 실패에 대한 책임감, 성공에 대한 갈망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A사는 결국 해외시장진출의 꿈을 거둘 수 밖에 없었고 김 전무와 함께 일했던 수십 명의 직원들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독자 여러분들도 느끼겠지만, 이런 문제는 비단 A사만의 일은 아니다. CFO의 기대와는 달리 숫자는 스스로 말을 하지는 않았다.

숫자만이 스스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한 예측치와 분석자료를 토대로 한 결정은 당연히 위험한 것이며 적극적으로 피해야 할 일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핵심적인 결론에 대한 관(觀)이나 감(感)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상황을 귀납적으로 따져서 계수화를 이룬 후 의사결정을 시도하려는 것은 더더욱 피해야 할 일이다. 역설적이겠으나, 결정된 사항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나 방법은 생각지도 않고 계수화하는 과정 자체에 경도되어서는 적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

경영의 대부분은 계수화가 불가능하다. 만약 계수화가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결과의 부정확성과 시기적 지연을 감안하면 노력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고민이 모자란 채, 모든 것을 계수화하다 보면 좋은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이는 계수화를 통한 의사결정 지원의 효과를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계수화를 통한 합리성과 논리적 정합성만을 과도하게 추구할 경우 자칫 그럴싸한 그래프 몇 개로 이루어진 장미빛 계획을 수립하는 선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실제 수 많은 경영자들은 현장에서 불확실한 예측치와 분석자료를 토대로 위험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살아오면서 체득한 수많은 경험과 번민, 시행착오, 성공경험, 외부의 조언으로 축적된 감(感)을 통해 진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계수화된 분석자료는 의사결정을 뒷받침하거나, 의사결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때가 더 많다.

A사가 타당성 검토를 신속하게 끝내고 당사국에 더 빨리 진출해서 일이 ‘잘되게’ 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A사의 CEO가 김전무에게 바랬던 것이 단순히 계수화된 모델 도출이 아니었을 것이다.

계수적 분석으로만 일이 되지는 않는다

CFO들 중에는 관(觀)이나 감이 없는 상황에서 분석자료나 예측치에만 의존하려는 분들이 간혹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내용보다는 과정 자체에 치중하는 접근방식은 본인에게 안도감은 줄 수 있겠지만 회사 전체로 봐서는 큰 도움이 되기 어렵지 않을까?

CFO는 돈의 흐름에 정통한 사람이다. 어떤 사업에서 얼마나 돈을 버는지, 어떤 사업부에 자원을 투입하고 어떤 사업부를 구조조정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절감할 수 있는지, M&A에 소요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 CFO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CFO를 거쳐 CEO가 되는 경우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유지하거나, 회사의 재무적 위기를 벗어나게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임자로 칭송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CFO가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거나, 인재를 확보하여 회사의 역량을 배양하거나, 혁신을 추진하여 성공시킨 사례는 흔치 않다.

회사를 둘러싼 경쟁상황이 복잡하게 변화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CEO는 항상 두 세 단계 이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CFO가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사고하지 않고, CEO의 의사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를 만들어 올리는 일에만 익숙해지면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제약 받는 경우가 많다. 즉,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 이상 CFO는 CEO에게 고민거리를 던져 줄 뿐, 해결에는 동참하지 못하는 반쪽 staff이 되기 쉽다.

CEO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이런 문제점들이 있습니다”와 “이렇게 해야만 합니다”는 엄연히 다르다. CFO가 아무리 많은 재무예측, 시장조사, 투입자원예측 등을 동원하여 다양한 분석결과를 만들어 내더라도 그 안에 CFO의 소신과 관이 들어있지 않다면 CEO의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논어 위정 편에“君子不器”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한 가지 용도로만 사용되는 그릇과 같지 않다는 뜻으로, 회계나 재무에 관한 일을 위주로 직장생활을 해온 우리로서는 한번쯤 음미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이다. 자칫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된 결과를 기반으로 모든 일을 판단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직관과 정성적 의사결정의 가치를 폄하한 적은 없는지, 혹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본인도 모르게 계수적, 귀납적 입증에 시간을 허비하여 중요한 의사결정 시기를 놓치는 경우 없었는지 우리 스스로를 위해 자문해 볼 일이다.

귀납적인 완전 정보의 추구가 습관화될 경우 사소한 의사결정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가능한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만 하는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거나, 의지로서 돌파해야 하거나,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검증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이 과연 정답일 것인가?

때늦은 정답보다는 신속한 것이 낫다

교통편이 수월치 않은 지방에 위치한 고객사 공장을 방문하여 공장에서 고객사 사장을 오전 10시 정각에 만나기로 했다. 직접 운전을 하고 가던 차에 초행길이고 더군다나 비가 오고 있어 시야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닌 와중에 앞으로 최소한 20~30분은 더 가야 할 듯하고 현재는 오전 9시 40분을 조금 넘고 있다. 좁은 시골 길에서 맞닥뜨린 것은 헷갈리는 표지판이다. 표지판의 내용은 ‘XX산업 제2공장 좌회전 후 10KM 전방, 제1공장 직진 25KM 전방’ 그런데 불행한 것은 무엇보다 핸드폰을 사무실에 놓고 왔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의 행동은 아주 간단하다.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소 상이한 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연락할 수 있는 전화기 있는 곳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고, 그런 곳을 찾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도달할 수 있는 2공장으로 가서 고객사 사장에게 연락할 방도를 찾는 것이 최선의 결정일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쉽게 이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요령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답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의 글을 읽으면서 즉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과, 몇 초 또는 몇 분을 생각해서 각 공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고, 다른 상황에 대한 가정을 스스로 정리해보고 나서야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더욱이 어떻게 할 지를 몰라서 시골길에서 몇 십 분을 소비해가면서 고민만 하고 있는 것보다는 틀린 결정이라도 신속하게 내리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경우도 있다.

행동 강령이 즉시 머리 속에 떠오른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주어지고, 정보가 불완전할 경우, 확보되지 않은 다른 정보에 대해서 선험적/경험적 전제가 체화되어 있어서, 수집된 소수의 정보만으로도 직관적으로 정보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발달되어 있다는 뜻이다.

경영에서 정확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신속성이다. 이는 단순히 성급하게 내려지는 의사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정보 하에서의 의사결정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경영 의사결정은 항상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이루어진다. 경영자는 계수화된 정보의 지원을 받지만 정성적이고 직관적이며, 열정적인 결정과정을 동시에 병행한다. 완전정보의 추구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결정 자체를 내리지 못하는 의사결정 ‘박약’ 상태에 빠지게 하기 쉽다.

CEO와 CFO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사결정

ADL의 Decision Making Model에서는 경영 의사결정을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고 있다. CFO의 의사결정은 주로 의 영역에 머무르는 반면, CEO의 의사결정은 주로 의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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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의사결정의 범주


① Decision making based on Analysis Step
이 단계에서는 불확실성이 낮고, 정량적 정보에 접근 가능한 상황에서, 통제 가능한 변수들에 의해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분석하여 가장 이성적인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한다. 이는 합리적 의사결정모형(Rational Decision Making Model)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자가 완전한 합리성을 가지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의사결정자는 합리적 경제인인 동시에 일관된 선호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완전 정보 하에서 대체안을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자료 분석, 재무예측, 시장조사, 수요조사, 투입자원예측 등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무분석이 여기에 속한다. 정신력이나 대체 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발생 가능성 등은 고려 대상에서 배제된다.

② Decision Making based on Intuition Step
이 단계에서는 불확실성과 확실성, 정량과 정성이 혼재하는 정보환경에서 정량적 분석과 경험, 판단에 의한 정성적 결정이 공존한다. 제한된 합리성 모형(Bounded Rationality Model)에 기초하고 있어, 완전정보와 일관성 있는 선호체계 등은 부인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작용하는 심리적, 인지적, 동기적, 시간적 제한이 인정된다. 이 과정은 귀납과 연역이 혼합되어 있으며, 종국에는 의사결정자가 직관을 표출할 수 있도록 정보의 제시형태를 구성하고 한계를 빨리 인식시키는 것이 관건이 된다.

③ Decision Making based on Ambition Step
현대의 자동차/삼성의 반도체 진출과 같은 의사결정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단계에서는 확실성과 불확실성을 구분하지 않고, 정량적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되, 최고 의사결정자의 가치, 꿈, 희망, 역사인식에 따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전의 두 단계를 기반으로 하되, 보다 광범위한 가치를 지향하는, 전혀 색다른 대안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의사결정은 수많은 번민 끝에 도출되며,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몇 십 년을 기꺼이 투자하는 것도 병행된다. 타당성 조사나 자료분석을 통한 귀납적 접근방식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결론이므로, 의사결정 당시에는 비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하느냐 보다 의사결정 결과를 성공시키기 위한 의지와 행동이 얼마나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뒷받침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나, 의사결정자의 결정 속에는 그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책임지겠다는 각오까지를 포함한다.

CFO들은 다양한 전략대안, 재무예측, 시장조사, 투여자원 예측 등 일반적인 전략 수립 과정을 거쳐서 다양한 선택대안을 도출한다. 하지만 의사결정 대안을 항상 위로 올리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스스로가 대안을 가지고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일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으며, 확실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CEO가 또다시 고민을 거쳐 선택해야 하는 안들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CFO가 도출해 내는 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 의사결정자의 머리 속 만큼 많은 고민을 담고 있지 않은 경우이거나, 기존 사업영역에서 생각할 수 있는 안들의 확장에 불과한 때를 자주 본다.

경험에 따르면 ambition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커다란 깨달음, 전략과 방향설정보다 실행을 위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에 대한 가치부여, 즉 성공적 전략수립보다는 전략 실행에 대한 관심과 행동의 우선, 다양한 대안에 대한 결정과 이에 대한 책임, 먼 미래를 내다보는 관, 시스템이나 제도보다는 사람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능력, 즉 사람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 등을 그 특징으로 가진다.

CFO의 입장에서 최종적으로 의지와 야망에 기반한 의사결정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우선은 그 전 단계인 직관에 근거한 의사결정 내용을 이해하고, 이에 관한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향후 CEO로 성장하기 위한 관건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현실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

CFO가 간과하기 쉬운 오류 - 1. 계수화에 대한 오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오류는 자신이 다루는 계수화된 정보에 대한 과신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모든 상황을 계수화하여야지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잘못된 일이라 할지라도 의사결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송선택 과장은 누구보다도 결혼을 바라며, 많은 이성을 만나왔지만 본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어려서부터 명석했던 송 과장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배우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지표(Marriage Indicator)를 암묵적으로 정리하고, 자신의 배우자는 아래 기준을 90% 이상은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적합한 배우자를 기다려 왔다. 주변에서는 송과장이 지금까지 만난 상대들도 상당히 괜찮은 이성이라고 말하고 본인도 그에 동의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 생각하며 기다려 왔다.

송과장이 생각하는 배우자의 Marriage Indicator

1. 배우자에게 순종적인 성격20%
2. 평생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역량20%
3. 미모 20%
4. 일정 수준이상의 금융자산 10%
5. 일정수준의 학력 10%
6. 문화적 지식 10%
7. 사교적 성격 10%

송과장은 안 배필 대리와 교제하고 있으며, 송과장의 생각에 안 대리의 MI 충족도는 89%로서 결혼하자고 해야 할지를 고민 중이었다.


이 사례를 읽다 보면 ‘뭐 이런 친구가 다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 나아가 송과장 같은 사위를 맞이해야 한다면 돌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이 들어야 정상이 아닐까?

하지만 매일 경영 현실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행위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부지불식간에 위 사례의 송과장과 같은 인물로 낙인 되어 있는지 모른다. 계수화를 선호하게 되면 의사결정에서 본인도 모르게 위와 같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의 하나가 결혼일 것이다. 다만 우리의 결혼 결정 내에 위 사례와 같이 ‘결혼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고, 결혼에 대한 장단기 목적을 수립하여 계수화하며, 현재 본인의 부족분을 판단하고, 배우자에게 필요한 제반 요소를 규정하고 이에 가중치를 매겨서 가장 부합한 배우자를 고르는 과정’을 억지로 포함시키지는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은 본인의 느낌과 감정을 우선시하고, 그 이유를 찾아 가면서, 결혼 의사결정 이후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위해 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 즉, 결혼을 행복으로 ‘만들기’ 위한 행위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만약, 송과장이 100% MI를 충족시키는 이성을 만나면 안 배필을 만났을 때보다 결혼생활 만족도가 11% 더 증가하게 될 것인가? 결혼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 전혀 그렇지 않다. 위 사례의 송 과장은 결혼을 했을까? 본인의 ‘일관되고, 원칙적인’ 의사결정 최소 범위인 90%에 모자랐기 때문에 지금은 또 다른 이성을 고르고 있다.

송과장의 사례는 우리가 암묵적으로 범할 수 있는 오류의 일례이다. 배우자의 조건과 행복과의 단순한 상관계수보다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노력과 행동이 더 큰 것처럼, 분석적이고 계수적으로 도출된 최적안이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고려해서 계수화하고, 우선순위화 할 수는 없으며, 이상적인 대안은 항상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취사선택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주어진 자원 내에서 실기하지 않고 결정하며, 결정한 사항을 최선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즉, 잘 만들어진 전략보다는 그 전략을 어떻게 실행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복잡한 계수화에만 매몰되었다는 것은 아무런 관(觀)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반증하고 있는 셈이며, 본인의 관을 믿지 못하면 위 사례처럼 결국 원래의 목적에서 멀어진다.

CFO가 간과하기 쉬운 오류 - 2. 일에 대한 인식

GE같은 제도를 만들어 주시오. 크론톤빌 같은 연수원도 만들고, Session C도 도입하고, 식스 시그마도 도입하고, GE의 평가시스템 같은 것을 도입해서 세계일등 기업이 되고 싶소. 그리고 GE가 수행했던 전략선택의 방법을 우리 회사에 도입되도록 해주시오. 그러면 GE처럼 될 거 아니요.

CFO들을 만나게 될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필자는 Jack Welch를 채용하기를 권한다. 제도건 전략이건 뭔가가 만들어져 있고, 하나의 제품처럼 그것을 도입하기만 한다면, 일이라는 것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의외로 많이 퍼져 있다.

일을 대하는 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세상은 이미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사전적으로 규정된 제도에 따라 인간의 행위가 구속된다는 Prefigured work로 보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나 시스템은 원래부터는 없었던 것이고, 모든 것은 사람의 의지에 따라서 만들어 간다는 Configured work로 보는 관점이다.

대부분 머리 속에서는 후자의 관점을 취하면서도 생각이나 행동은 전자의 관점에서 우러나는 경우가 많다. 도요타의 제도를 도입하면 본인 회사도 종신고용을 할 수 있다든지, GE의 크론톤빌과 같은 연수원을 지으면 인력육성이 가능할 것이라든지, 매뉴얼을 잘 만들면 행동을 규정지을 수 있다든지, 과학적, 계수적 직무분석을 하면 적정인력이 나온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암묵적으로 Prefigured work의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일은 Configured work에 가깝지만, 많은 사람들의 행위는 암묵적으로 Prefigured work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CFO는 과거의 답습이나 현상에 대한 설명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도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래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말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 행동에 있어서는 특정한 과거의 틀을 고집하며, 정교한 분석에 근거한 정답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일에 대한 이런 인식은 나아가 사람의 노력이나 상황의 변화 등에 둔감하게 되어, 자칫 조직과 인력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경우도 있다.

제 아무리 좋은 뭔가가 있더라도 그것은 所與의 것이 아니다. 항상 어떤 전략구현의 방법이나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그것은 ‘만들어가야만’ 하는 것에 불과 하다. 숫자와 마찬가지로 어떤 제도가 스스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GE가 우수한 것은 훌륭한 제도가 아니라, 개념을 현실화시키고,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CFO가 간과하기 쉬운 오류 - 3. 사람과 가치에 대한 인식

무 개념 실장은 C사를 Big Client 중의 하나로서 사업을 하고 있는 W International의 재무 담당 임원이다. 현재 C사와는 새로운 납품을 협상 중이고, 무 실장은 이 계약 건에 대해서 C사와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협상의 주체가 되었으며, 성공할 경우 상무로 승진할 수도 있다. 무 실장은 실무적으로는 한 미모 부장을 C사 의사결정의 핵심 임원인 성 농담 이사에게 지속적으로 보내 협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성이사는 수시로 性적인 농담을 하는 것을 좋아하였고, 쉴새 없이 이성에게 스킨쉽을 요구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C사에서는 이미 성 이사는 그런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있어서 아무도 말리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그 회사의 owner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라서 더욱더 아무도 얘기를 못한다. 성 이사는 오늘 우리 회사에서 열린 미팅에서 한 부장에게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그런 내용의 치욕적인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고, 대놓고 스킨십을 요구하고 있다. 무 실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참아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하는지, 혹은 뭔가 잘못 되었기는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 참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항의하고 납품 건을 다시 생각했는지.
사업에 대한 가치관과 사람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대조적으로 나타내는 이 순간의 선택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회사를 위해 당연히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혹시 당신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부하사원을 ‘다른 비즈니스를 통해서라도’ 실적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당신 회사와 본인의 실적을 위해 암묵적으로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깊게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회사의 가치와 사람은 계수로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회사가 어떤 사업을 영위 하는 것인지는 단순히 몇 개 문서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 내부에 암묵적으로 내재화 되어 있다. 위의 사례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없거나, 본인의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단기적인 이익에 노출되기 쉽고, 지금 당장은 참는 것이 단기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연계되겠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무가치한 ‘Every Business’를 하게 되면 항상 직원들을 비합리적인 혼란 상황에 내몰릴 수 밖에 없어진다.

이 회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위의 의사결정은 결국 무 실장 당사자를 위한 것임을 조직원들이 느끼게 되고, 조직 내에서는 리더십이 흔들리게 되었으며, 이기적인 사고와 파편화된 조직 문화가 전파되게 되었다.
그 결과 어떤 짓을 하던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사고가 널리 퍼지게 되고, 많은 조직원들은 그런 것이 회사의 문화인양 여기게 되었으며, 그 반대되는 사람은 조직을 떠나게 되었다. 결국은 모두 자기를 위해서만 자기 이익에 부합되는 일들만 하기를 원하는 조직으로 전이되었다.

위의 W International의 리더들은 본인들의 재무적 실적 이외의 가치라는 것에 대해 별다른 고민이 없었던 바, 조직원을 대하는 것도 선거에 출마하는 것처럼 인기 영합적이었다. 무조건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거나, 방임하거나 하여 조직원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하고, 반드시 부정적인 이야기를 피드백 해야 될 상황에서는 그러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못하는 바보들이 되고 말았으며, 그 결과로 조직원들은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고, 잘해야 될 것도 없으며, 조직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도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가치와 사람은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는 비단 CFO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며, 수 많은 임원과 관리자들이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도 제대로 행동으로 나타나지는 못하고 있다.

CFO들은 본인이 답을 만드는 것 보다는 무엇인가 만들어진 답이 있다거나, 합리적인 제도만 있으면 가치나 사람관리가 이루어지고 이는 한 두 부서의 고유 업무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이렇게 고민하게 되면 가치나 사람관리에 대한 생각을 상대적으로 훨씬 더 기계적으로 할 개연성이 높고, 역설적으로 가치와 사람에 대한 본인의 원칙과 고민을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진다.

리더는 항상 그 가치와 사람관리라는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다. 도와줄 사람도 없고 사전적인 각본도, 계획도 무의미하다. 항상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문제이며, 항상 풀어내야 하는 문제이다.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그 줄에서 떨어진다.

CFO가 간과하기 쉬운 오류 - 4. 전문성과 리더십에 대한 혼동

D그룹은 최근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계열사인 I사는 전임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를 맞아 CFO인 최 지식 전무도 스스로 사장 후보 중 한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 전무는 해외의 명문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2년 전에 I사로 영입된 사람이다. 그는 만사에 본인만한 업무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 I사의 임원을 내심 무시하고 있었으며, 재무적 지식과 논리적 해결능력 면에서 스스로 탁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본인이 사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임원인사 결과가 발표된 날 최 전무는 큰 충격을 받았다. 본인의 생각에 평생을 하찮은 공장과 영업 일선 부서에서만 보내다가 2년전 관리본부장으로 본사에 들어온 이 후덕 전무가 후임 사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최 전무 입장에서는 사장이 되지 못한 것보다 본인보다 한참 역량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멸시했던 이 전무가 사장이 된 것이 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 전무는 잘 몰랐지만, 이 전무는 오래 전부터 I사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공장과 일선 직원들을 잘 알뿐만 아니라 그 개개인의 장단점을 거의 파악하고 있었고, 그들을 적재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 전무를 I사의 신임사장으로 낙점한 회장도 사장의 역할은 본인의 업무 능력보다는 I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개선시킬 수 있는 경험, 타인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능력, 조직원들을 따르게 하는 능력 등의 총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 스스로의 전문지식 -특히 다른 분야보다도 재무나 회계부분에서 더욱 더- 을 쌓은, 젊거나, 생각이 어리거나, 스스로 똑똑하거나,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 가운데에는 위의 최 전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단순한 업무 능력만이 아님에도 본인의 전문성과 타인의 업무성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리더십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것은 특히 자신이 가진 능력이 출중하다고 스스로 느낄 경우에 보다 더 심하다. 중간관리자 이하에서는 통용될 만한 논리일 뿐, 그 이상이 되면 핵심적인 역량이 달라진다.

특히나 성공적인 CEO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전략가인 동시에 탁월한 통찰력을 갖추어야 하고, 본인 혼자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일하고, 그들로 하여금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핵심적인 관건이 된다. 나아가 희망이나, 열정을 가지고 소신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이를 추진할 만한 배짱과 추진력 역시 갖춰야 한다. 모든 내각이 반대했던 노예해방을 완성시킨 링컨이나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으로 시작된 삼성의 반도체 사업 성공을 이룬 리더십은 단순히 한 두 가지에 능통하다고 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David Rooke & William R. Torbert에 따르면 리더는 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현재 어떤 CFO인가? 단순한 Expert 또는 그 단계에도 못 미치는 리더는 아닌가?

[참고] Action Logic에 근거한 리더의 범주 및 스타일

1. The Opportunist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고, 개인의 성과에 민감하며, 조직 내 다른 사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의 나쁜 행동을 조직 내 관행으로 변명하는 경향이 있고, 잘못된 일에 대한 피드백을 거부한다.

2. The Diplomat
일상적인 업무를 원활히 수행함으로써 조직에 기여한다고 판단한다. 조직 내 갈등을 지양하고자 상급자에게 순종적이고, 하급자는 상부의 뜻이라는 이유로 설득해 가며, 변화를 수행하는 데 실패하기 쉽다.

3. The Expert
모든 업무를 이성과 합리로 설득하고, 수행하며, 자신의 판단에 대한 과신으로 타인과의 협업을 시간낭비로 생각한다. 특히 하급자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다. 회계사, 컨설턴트 등의 전문직에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4. The Achiever
팀을 존중하며, 통합적인 이해와 다양성을 인정한다. 적절한 지원과 도전을 거쳐 주어진 장단기 목표를 균형을 잡으면서 실행에 옮긴다.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새로운 사고를 지양하고, Expert 단계의 하급자와 일할 경우 충돌할 수 있다.

5. The Individualist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줄 알고, 커뮤니케이션에 밝으며, 조직의 가치와 실행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창의성을 유도해낼 수 있다. 관련이 적은 원칙은 무시해버리기도 하고, Achiever인 상위자를 만나면 갈등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

6. The Strategist
조직 내 갈등을 토론 등을 통해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시킬 줄 알며, 조직의 변화관리자로서 변화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량이 탁월하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목표(매출액, 시장점유율 등)를 설정하고 달성한다.

7. The Alchemist
복합적이고, 중복적인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통찰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장단기적 변화, 복합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 복수 조직의 리더를 담당한다. 상황에 맞게 대응함과 동시에 도덕적 정직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Source : Seven Transformation of Leadership, David Rooke & William R. Torbert, 2005

본인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최대 Expert 단계에 머무르기 쉽고, 이 경우 본인 업무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결과 Expert에 의해 움직여지는 조직이 성과측면에서 반드시 우수한 것만도 아니며, 이런 조직은 단지 상부에 보고자료를 만들어 올리는 수준의 역할을 수행할 뿐, 문제해결에 대한 팀 내 의견 공유, 의사결정 또는 전략수립을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고, 고쳐지기 어려운 관습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점점 더 틀에 박힌 조직으로 변모해 간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Expert의 단계에서는 조직의 성과도 본인의 성과도 구현되기 어렵고, 조직은 갈등만 일어나기 쉽다. 이런 Expert 단계에서 Achiever이상의 리더로의 변화는 달성하기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편차에 따라 변화해가는 수준과 속도 또한 다르다.
하지만 스스로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변화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Alchemist가 되기는 어려울 지라도 Individualist, Strategist의 잠재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변화해 가야 한다.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

앞서 이야기한 몇 가지의 오류들은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듯이 여러 가지 제반 요인을 매뉴얼로 만들어 외워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간혹 이 많은 것은 시간과 경험이, 그것도 실패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해결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라 간주하고,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 속에서 가져야 할 몇 가지 다짐을 제시해본다.

먼저, 가장 명심할 것은 본인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 책임은 뼈아픈 자기 희생을 동반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이라 했다. 군자는 모든 것을 본인에게 귀인 시키고, 소인은 타인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혹시 본인은 모든 의사결정에서 빠지려고 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회피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번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버릇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의사결정은 수없이 많은 밤을 고민하는 외롭고 의지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외로워서는 안된다. 혼자서 끙끙 앓는 것과 외롭지만 의지적인 과정은 다르다. 공자도 ‘如之何, 如之何者, 吾末如之何也已矣’ 즉, 어찌할까 어찌할까라고 묻지 않으면 본인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어떻게 결정할지를 항상 주위에 물을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주위에 물을 만한 사람들을 항상 곁에 둘 수 있도록 평소에 덕을 베풀어 둘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치부까지도 드러내놓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숨지 말고, 의견을 구하되 결정은 혼자서 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학업을 통해 본인의 관과 직감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 라 했다. 배우되 사유하지 않으면 내용이 없고, 사유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했다. 배움이란 것을 지식이나 유행하는 용어 습득에 주안점을 두는 과정으로 삼지 말고, 본인의 직감을 기를 수 있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 배움과 생각은 양날의 칼로서, 그 날카로움은 양자가 깊어질 때 더 해진다.

네 번째로, 계수적인 부분을 기본으로 하되, 그 속에 웅장함이 깃들이도록 해야 한다. ‘天下大事 必作於細’ 라 했다. 세밀함과 웅장함은 서로 괴리된 것이 아니며,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세밀하게 생각하되 크게 결정하라.

다섯 번째로, 스스로의 원칙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 단순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한 번 만들었다고 맹신해서도 안되고, 항상 수정가능성을 열어두되, 그 소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君命有所不受’ 라 했다. 전쟁터에서 장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임금의 이야기도 듣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뜻으로 일반 경영활동에서도 본인의 원칙과 가치가 정립되어 있어야 역설적으로 소신을 가지고 상급자의 의견에 반대할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을 명심하고 단순히 실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것이 극복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보다도 권위를 먼저 내세우기에 앞서 자발적으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보여진다면, 본인이 의사결정 한 사항이 조금의 실수가 있더라도 조직 내에서 수용되고 실행되는 데 훨씬 더 효율적이 될 것이다.

물론 먼저 행한다는 것에 손해 보는 듯한 마음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지불하는 희생이 언젠가 큰 선물이 되어 돌아 올 수도 있다는 여유가 있으면 오히려 문제들이 쉽게 풀리지 않을까 한다. 본인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순간적으로 밑지는 장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경험은 손해인 줄 알면서도 한 번쯤 이를 행해볼 수 있는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정해주 대표
Source: CFO 겨울 호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