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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피니언] 맹모 넘쳐나는데 맹자는 왜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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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 넘쳐나는데 맹자는 왜 안 나올까

 

지방에서 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다. 아주 좋은 부부 금슬을 자랑하던 그 친구에게 얼마 전부터 부부 사이의 작은 갈등이 하나 생겼다. 엄마 입장에서 지방에서 자식들을 키우는 것은 자식을 방기하는 행위이며, 애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제대로 이끌어 내려면 교육환경이 가장 중요하고, 교육환경의 변화를 위해서는 서울의 강남 3구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주장이었다. 꼭 그렇게까지 키워야 하는가라는 생각과 아이들이 스스로 자각한다면 성적이란 언제든지 뒤바뀌는 것이고, 공부는 그 때부터 해도 된다는 아빠의 주장은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시절의 이야기로 치부되고, 아빠의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 사유로 겨우 그 지역에서 가장 좋다는 학군에서 각종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지만, 아이의 성적이 엄마가 기대하는 만큼 나오지 않으면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시키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나, 반대로 아이의 성적이 좋게 나오더라도 이 정도로는 서울에서 날고 기는 애들에 비하면 별 거 아닌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 때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거의 매일 이어지는 다른 엄마들과의 대화-주로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 SKY를 갈 수 있다', '지방에서 SKY를 보낸다는 것은 애가 천재가 아니라면 중학교 때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다', '과학고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외고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늦다', '서울대 합격자 과반이 강남3구에서 나오는 것은 엄마들의 이야기가 맞다는 증거다', '아이가 대학을 제대로 못 가는 것은 엄마의 노력 부족이다', 'SKY, 최소한 인-서울(In-Seoul) 10개 대학에 가야 대기업을 갈 수 있다' 등등-가 끝나면 내 아이만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과 내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 좋은 선생,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불안감 등이 점점 커져간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 같은 자칭 맹모가 넘쳐난다. 아니 너무 많다. 학교 근처 카페는 엄마들이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도 있듯이 모이면 자식들의 성적, 미래, 학업이야기가 주요 화두다. 모두가 자식의 미래와 앞날을 위해 본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다는 이야기가 주가 된다.

반면에 민간·공공을 불문하고, 작던 크던 간에 기업·기타 조직에 있는 인사담당 임원, 팀장, 혹은 사장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는 '열정을 보여주는 애들은커녕 이해관계만 따지다가, 일을 못하면 희한한 핑계만 대는 왕자 공주가 대부분이다'라거나, '책임감은커녕 회사가 학원인줄 아는(입에 떠 넣어주지 않으면 아예 일에 손을 안대는) 직원들이 많다'거나, '자신들이 뭔가 대단한 줄 아는데 막상 할 줄 아는 것은 정말 단 하나도 없다'거나, '어려운 일은 할 줄 몰라서, 허드렛 일은 하기 싫어서, 반면에 생색나는 일에는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으려 애쓰는 모습만 보인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 일색이다.

사회인 조직인으로서의 이런 의견들 중 많은 부분은 스스로가 나이가 들면서(나이가 들다 보면 스스로의 젊은 시절 때의 모습은 재창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치 자신은 원래부터 괜찮았던 양 생각이 되는 현상(이를 달리 이야기하면 '꼰대가 된다'는 것과 비슷하리라)이 분명히 있을 터이고, 이러한 시각 때문에 젊은이들의 행동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맹모를 자처하는 엄마들의 수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고, 이를 체계화하고, 기술할 수 있는 맹자들은 정말 많지는 않은 듯 하다.

아마도 맹모를 자처하지만 사실상 맹모가 아니었거나, , 아이의 정신적 성장, 사고의 심화, 타자와 세상에 대한 이해, 한계에 대한 자각, 돌파에 대한 경험, 감정과 논리의 풍요로움, 스스로에 대한 인정에서 오는 변화, 과정에 대한 의미, 이 모든 것을 통해 깨닫게 되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아니라 돈과 허명에 대한 결과론적인 가치만를 끊임없이 주입하거나, 아니면, 아이들 보다는, 맹모를 자처하면서 (사실은) 스스로의 비교 욕구에 더 방점이 있었거나, 즉 아이의 성과를 본인의 성과와 동일시 하거나, 나아가 아이의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성찰보다는 '내가 이렇게 키웠다'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거나, '나도 내 엄마가 이렇게 해주었더라면 훨씬 성공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전제 아래 다소간의 한풀이성 액션을 하거나,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대부분이 맹자의 자질이 원래 없었던 것 등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어떤 이유가 됐건 간에 위의 이야기대로라면 아이들은 원하는 대로 가지게 될 때의 허영과 자만이나, 그 반대로 원하는 대로 안 될 때의 자괴감과 우울, 열등감이라는 양분법적인 정서상태가 도드라질 수 있을 듯 하고, 맹모·맹자를 언급하기 이전에 아이의 행복을 부모가 가로막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밸러스는…

글로벌 및 국내 컨설팅 회사와 대기업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 회사입니다. 주로 국내 그룹사 및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기업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기업의 채용제도를 직접 설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라클잡'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대학생들이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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