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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인사쟁이는 왜 드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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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인사쟁이는 왜 드물까?

 

필자는 개인적으로인사쟁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사쟁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막연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경험과 장인정신의 의미 때문인지는 몰라도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 이면에는 왠지 배타적이고, 소극적이며, 구태의연함과 더불어 소외 등도 감지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던, 공익을 추구하는 공기업이던 간에 조직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사람을 꼽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이 때 언급되는사람이라는 것이 천하만민을 의미하지는 않을뿐더러 각 조직이 처해진 상황이나, 이야기 주체에 따라 매우 상이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금전적이나 물질적인 요소가 아닌인간이 조직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바꿀 수 있는 능동적 주체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맞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부서/인력은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인사부서와 인사쟁이들인가?

인사부서의 위상은 개별 조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게 썩 높지는 않은 듯 하다. 마찬가지로 인사부서에 몸 담고 있는 인력들도 인사부서에 대한 평가와 거의 유사한 듯 하며, 행정/지원기능을 담당하는 몇 몇 인력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오랜 동안 근무하지도 않는다. 학교 교육을 받을 때인사가 만사, ‘인사와 조직을 다루는 것이 사내에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가르침을 받았던 젊은 새내기 나름대로의 희망과 꿈이 허물어지고, 별반 하고 싶지 않은 답답한 일로 귀결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인사 담당자들이 똑똑하지 못하거나’, ‘조직에서 관련자들을 교육 등을 통해서 육성하지 못해서’, ‘학교 때 잘 못 배워서’, ‘젊은 새내기들은 너무 이해타산적이고, 본인 밖에 몰라서등의 다양한 대답들이 그 원인들로 거론되고는 한다.

이러한 분석은 정확한 답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대답만으로는 왜똑똑하거나, 제대로 일할 수 있는인력들이인사에서 일하지 않으려 하는지에 어떤 원인들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는 않을까?

 

사회적 인센티브

기업단위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개인별/팀별 인센티브라는 개념과 달리 social incentive는 사회전체를 분석단위로 보았을 때 각 개인/조직이 어떤 요인에 의해 동기가 발생하고, 행위 지향성을 가지며, 이에 기반한 자원배분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등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외고/과학고로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고, 나아가 사법시험이 왜 그렇게 계속 인기인지, 의사가 되기를 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지, 요즈음의 공사 등의 안정적인 직장에 새내기들이 많이 지원하는 이유 등을 이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의 투여 자원 대비 가장 큰 기대 효익이 주어지는 행위에 자연스럽게 자원과 노력을 집중하게 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현재 예측 가능한 미래 효익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여기에는 개인별 선호에 따르는 안정성, 지속성, 위험회피 지향성 등에 따라 개인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자원이 집중되는 곳의 경쟁은 필연적이며, 이를 통해서 자원의 배분은 수요에 적합한 순서대로 배분되는 것이다.

좀 더 기업적인 사례로서, ‘한국에서 벤처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의 경우 그저  풍요로운 이 사회와 인간 개개인의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그 원인으로 질타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찌 보면 기업창업을 통해 짊어져야 할 risk/책임 대비 예상 가능 기대 효익이 다른 행위를 했을 때(기업입사 등)보다 턱없이 부족한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의 부족으로 바라보는 게 이해가 더 쉬울 수 있다.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고,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현재와 같은 부와 교육체계의 동형화 가정이 적정하다면, 기대효익의 확실한 재분배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사회적 인센티브체계를 기반으로 한 자원(특히 인력) 배분은 크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위의 설명들의 타당성을 인정한다면, 입시전쟁과 사교육을 해소하기 위해 학원을 때려잡는 등의 현재 행위들의 답답함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사에 제대로 된 인력이 없으니, 대안으로 인사에 인력을 뽑자는 피상적 주장과 거의 같은 사고체계로 보이지 않은가? 그것보다는 사교육을 통해 암묵적으로 만들어진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않아도성공’(다시 말해서 제대로 인정받으며 먹고 살 수 있는)할 수 있는 확률을 상당히 높이는, 다양하고도 일부 강제적이며, 시범적인 체계를 어찌하면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 오히려 고민의 요점이 아닐까 한다.

똑똑한 인력들이 인사에서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향후 기대할 수 있는 효익 (현실적으로 CEO가 될 기회, 오랜 동안 그 직무를 수행할 기회, 금전적인 보상, 퇴임 후 직무 기회 등)이 지금보다는 높은 확률로 눈에 보여져야 한다. 이런 부분이 취약한 현 상황에서는 몇 몇 후세대를 쥐어 패서 미봉책으로 단기간에만 인사에 배치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러한 변화는 한 세대를 지나는 변화가 될 만큼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 현재의 인사쟁이들이 그 가치를 스스로 끊임없이 증명해나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명제로 보인다. 하나의 시범 케이스는 자원의 재분배를 일으키고, 이 재분배를 통해서 시범 케이스는 제도화되는 법이다.

 

인사에 대한 인식 : Expertise vs. Perspective

더불어, 인사기능에 대해 인사쟁이 스스로 오해를 하는 부분도 존재하는 듯 하다.

조직이 성장하게 되면서 생산, 마케팅, 지원, R&D 등이 기업의 주요 기능으로 분화하게 되고, 이 가운데 특히 지원기능은 기획, 금융, 회계, 인사, 총무 등으로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다. 지원기능 대부분은 고유 역량의 획득, 재생산 등을 통해 전문성을 축적하는 과정을 추구하고 있으며, 큰 조직일수록 지원 기능 내에서 제반 기능간의 경계가 점차 강화되고,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보호해가면서 실리를 추구해나가고는 한다. 이런 행위의 결과는 조직 내 또는 기능 내의 literacy로 표출되고는 한다(수십 년 동안 축적된 literacy들은 기능과 기능간의 단절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능의 고유한 전문성 축적의 기반이 되거나, 나아가 조직 내에서 해당 기능의 존립기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사쟁이도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인사쟁이들도 고유의 literacy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스스로들을 expertise의 영역에 가두는 듯 하다.

반면, perspective의 영역은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의 경영행위로서 정답/오답, 옳고 그름을 추구하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목적에 가장 근접하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해 보이기도 하는 즉, ‘좋고 싫음으로 표출되어 보이기 쉬운 영역이다. 이는 주로 전문적 용어보다는 일반 언어로 표현되며, 전문성은 떨어져 보이지만 그 이면의 생각에는 expertise의 전문성보다 오히려 조직에 더 합목적적일 때가 많다.

조직 내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을 때 그 영역은 대체적으로 perspective 영역의 화두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화두가 인사로 옮겨졌을 때는 expertise의 영역으로 치환해서 대응하기 쉽다. 인사에서는 상대방이 알지도 못하는 몇 몇 개념으로 치환해서 그 전문성을 표출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되거나, 대상이 아닌 모든 이슈까지도 범위를 넓혀 나가는 유토피아적 몽상을 하는 반면, 딱 떨어지는 정답을 추구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은 포기하거나 아니면 원 취지와는 매우 상이하게 일반 조직인들의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괴리를 가진 용어들의 집합체만 생산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지금까지 인사는 expertise의 영역이 되고자 노력해온 듯 하다. 회계/재무, 기획 등의 타 지원기능과의 경쟁 속에서 용어, 관련 법규 및 관련 정보 등에 대한 독점을 통해 이를 추구하고자 하였으며, 이 결과로 인사관련 경험/literacy에 대한 배타성을 종종 드러내고는 한다. 이러한 expertise의 추구는(많은 관련 이슈들이 perspective의 영역임에도) 몇 가지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실제 문제에 대한 대응의 과정에서 현실과 괴리되는 상황을 계속해서 연출하는 우를 범하게 되고, 종국적으로는 경영의 근본에서 훨씬 더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expertise의 추구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사도 타 기능처럼정답이 존재한다는 암묵적 가정을 하게끔 한다는 점이다.(초 우량기업은 그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역량이 쌓이고, 좋은 인재를 선별하고 보상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만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인사는 그 정답을 찾지 못하는 바보들이 있어서 회사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생각할 뿐

 

가져야 할 마음 가짐 : 상식과 그 밖의 것들

진정한 인사쟁이로 자부하거나, 혹은 평생 인사를 업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나, 인사의 perspective적인 요소가 일반화되기까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인사쟁이들도 마음가짐이나 행동상의 변화가 필요하다.

간혹 인사 관련자들끼리의 농담으로 인사는 art, science니 하며 한 마디씩 한 경험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art라는 이야기는 본인들이 뚫고 나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한계를 표출하는 논리로, science라는 이야기는 현재 이렇게 저렇게 개선되는 제도의 부정합성과 비일관성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art science니 하는 방어적 이야기보다는 먼저 인사를 상식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상식은 상당히 어려운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 이면에 수용성, 설득도 포함하되, 세부적으로 판단할 경우 개인마다 굉장히 틀리는 가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영역도 아니기 때문에 인사쟁이 자신이 상당한 가치 판단을 해야 하는 영역이며, 오히려 상식을 상식화 시키는 데 투쟁, 설득, 징벌과 같은 정치적인 행위도 필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어려운 의미에서의 상식 하에서 인사쟁이는 간혹는 99%가 반대하더라도 밀고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고, 어떤 경우는 1%만 반대하더라도 그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때가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상식의 기반 하에 현재의 본인 회사가 처한 문제를 판단하고, 수용가능 범위 내에서 갈등을 관리하고, 끊임없이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의 수정과 변경을 거듭해 나가는 적합성이라는 고민이 덧붙여져야 한다. 이것은 현재 있는 틀을 유지하고, 조직원의 수용도를 높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회사에 대한 이해, 감내할 수 있는 risk의 범위, power에 대한 자각, 지향하는 바에 대한 의지 등을 스스로 깨닫고 파악하고, 적응시켜 나간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인사쟁이로서의 성과나 흥미라는 것도 어떤 선물 꾸러미처럼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참을성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마음 가짐인 듯 하다.

마지막으로, 책에는 답이 없다. 간혹 어떤 이슈를 던지면 아무런 고민 없이 꼭 먼저 책만 뒤져서 본인들도 듣도 보도 못한 몇 개의 근사한 다른 회사의 사례들만 제시하는 경우들을 본다. 본인의 생각은 없는 채(물론 본인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책에는 답이 없다. 인사관련 된 책은 특히과거의 성공 경험에 대한 표면적인 관찰의 결과일 뿐이다. 제대로 관찰하고, 그 기저를 파악한 책이 아주 희귀해서일 수도 있지만 책이 가진 한계다. 역설적으로 그 한계를 뛰어 넘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읽되 인사 전공책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하게 읽고, 잊어버리자. 그것보다는 오히려 그 시간에 발로 뛰어서 생기는 직접적인 경험들을 가져보는 것이 더욱 더 나을 듯 하다. 운전 manual을 암기한다고 운전할 수는 없다. 직접 몰고 나가서 겪는 것이 가장 빠르다.

기업에서 사람은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한 만큼 인사쟁이들이 위의 제반 사항들을 끊임없이 추구하다 보면 조직 내 가장 중요한 부서/인력은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인사부서와 인사쟁이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해주 대표

Source: HR Insight 11월호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