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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의 함정과 극복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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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의 함정과 극복방안

 

기업이 사업을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90년대 후반 몇몇 첨단 IT산업분야에서 촉발된 인재 확보 전쟁은 이제 산업과 기업규모의 경계를 넘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우수인재의 확보와 유지가 경영의 최우선순위 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모두들 인재전쟁이라고 난리들인데, 우리만 가만히 있으면 왠지 뒤쳐지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할 때가 많다. 남들 하는 대로 해외 경영대학원(MBA) 출신, 해외박사 출신들을 채용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는 90년대 말 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맥킨지 컨설팅의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이라는 책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경쟁자들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영자가인재중시 사고(talent mindset)’을 갖고, 실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외부로부터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함과 동시에 회사 내의 직원들을 평가하여, 스타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차별적이고, 막대한 보상을 해주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재중시 사고는 이후 미국식 경영의 통념이 되었으며, 왜 유명 경영대학원 졸업장에 그렇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지, 왜 최고 경영진에게 그토록 어마어마한 보상을 하는지에 대한 지적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대부분 이를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생각으로 받아들였으며, 즉각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인재전쟁에서 주장한 대로 똑똑한 사람들(smartest people)을 뽑고, 구별해내어 차별적으로 보상함으로써인재중시 사고를 철저히 실천에 옮겼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결실을 보지 못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주위에서도똑똑한 인재를 뽑아놓았지만, 적응을 못해서 나가더라.’ ‘뽑아놓은 몇몇이 일을 잘 하기는 하는데, 전체 회사 성과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조직 분위기만 나빠진 것 같다.’는 고민을 들을 때가 많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혹시 인재전쟁의 전제와 논리 속에 우리가 보지 못한 함정이 있어서는 아닐까?

 

인재에 대한 정의: Talent vs. 人才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양의 Talent란 단어는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의 화폐단위(1 Talent = 금화 1000)로부터 기원한 개념으로 하나님이 개인에게 분배한 천부적 능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1 Talent는 지금 돈으로 약 1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Talent는 사소한 재능이 아니라굉장한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동양의 인재(人才, 人材)에서의 재()는 초목(草木)의 새싹이 땅에서 돋아나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로 초목의 싹이 자라나듯 사람의 능력도 클 수 있다는 데서재주를 뜻하는데, 才 앞에 人이 붙으면서 人才는재주 있는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 , 개인에게 특화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것으로, 후천적인 개발과 성장 가능성에 비중을 둔 미래형 개념인 것이다. 이처럼 동서양의 인재에 대한 정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서양의 Talent에 대한 이론들을 그대로 우리에게 여과 없이 적용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서양의 Talent에 대한 언급들은 일반적으로 조직의 일반 구성원이 아닌 천부적 능력을 갖춘 개인, 특히 Top management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인재전쟁의 핵심 논리

<인재전쟁>에서 주장하는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다.

 

ㅇ 노동시장 내 인재라 불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ㅇ 회사는 인재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금전적인 보상, 도전적인 직무 기회 및 차별적 교육 기회 부여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야 한다.

ㅇ 이러한 인재들은 평범한 직원들이 내지 못하는 가치를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보다 高성과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향후 심화될 인재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ㅇ 인재중시 사고(Talent mindset)를 가져라

ㅇ 성공으로 이끄는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를 만들어라

ㅇ 채용 전략을 재구축하라

ㅇ 조직에서 인재개발을 정착시켜라

ㅇ 관심은 평등하게, 대우는 차별적으로 하라

 

인재전쟁의 기본 전제와 함정들

인재전쟁의 주요 논리와 전략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 가정들을 전제로 한다.

 

ㅇ 조직성과는 개인성과의 합이다. (최고의 인재를 보유하면 사업은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다.)

ㅇ 개인의 과거 지표 (유명 MBA 등의 학위, 타사에서의 성과)는 미래를 설명해 줄 수 있다.

ㅇ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EVP, 채용, 인재개발의 Practice가 존재한다.

ㅇ 우수한 인재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주로 똑똑한지(smart) 여부이다.

ㅇ 회사의 규모, 재무적 상황, 조직의 가치나 문화 등을 배제하고, 대부분의 기업에서 우수인재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전제들 속에는 함정이 숨겨져 있다. <The New Yorker magazine>의 기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인재중시사고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Enron이 개인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보유하고도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유 중 하나로, 기업 활동에 있어서 똑똑한 사람들의창조뿐 아니라, 실행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스타플레이어의 발굴에만 집중했을 뿐, 실행에 필요한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점을 들었다. 그리고, Enron과 반대되는 철학을 실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들을 들어 조직문화, 시스템을 무시한 개별 인재에 대한 추종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역설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월마트, P&G 등의 기업들은 천재적 능력을 갖춘 CEO 후보자가 기업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거나, 유명 경영대학원 출신들을 거의 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지식산업에서 일부를 제외한 모든 기업 활동이 팀 또는 조직 단위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인재전쟁>에서는 개인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되고, 조직의 힘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시스템적 요소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채용 담당자들의 수고에 대한 대가로서의 측면, 희소성, 신비함으로 인해 외부인력들이 지나치게 미화되는 점,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인해 고성과자는 고성과에 대한 기대와 지원으로 인해 더욱 고성과를 낼 수 있는 반면, 저성과자는 더욱 열악한 여건에 의해 저성과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 등을 <인재전쟁>의 논리가 가진 함정으로 꼽았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토마스 드롱(Thomas J. DeLong)은 다른 측면에서 기업 내 A급 플레이어에게 과도하게 집중해서는 안되며, 조직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B급 플레이어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B급 플레이어들 중에는 A급 플레이어로서의 중압감을 거부하고, 스스로 B급 플레이어를 선택한 타입 (recovered A Player), 조직의 부조리함에 맞서고, 정직과 진실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경력개발보다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빠져드는 타입 (truth teller), 업무 수행 스킬은 평범하나, 업무 외 다른 측면의 기술이나,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조직 내 프로세스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거나, 동료를 돕는 데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타입 (Go-to people)들이 있으며, 이들은 A급 플레이어 못지 않게 조직성과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과 변동이 크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확보할 수 있어 조직 내 성과의 균형 추의 역할을 하며, A급 플레이어들에 가려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조직 가치 창출의 숨은 공로자들이다. 따라서, A급 플레이어들에만 관심이 집중될 경우 B급 플레이어들이 조직을 떠나거나, C급 플레이어로 전락함으로써 조직성과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재전쟁>에서 강조하는 인재중시 사고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 자칫 기업의 상황, 문화, 추구하는 가치, 다른 인력들과의 관계, 제반 시스템 등이 배제된 채 이루어질 경우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인재전쟁의 함정에 대한 극복 방안

그렇다면, 이러한 인재전쟁의 함정을 극복하고, 우리 기업에 맞는 인재관리의 틀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그림]에서 보듯이 (1)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한 명확한 정의, 인재의 확보와 육성을 위한 체계와 더불어 (2)리더십, (3)제반 시스템/문화적 요소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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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요 인재에 대한 정의

단순히 학벌이나 자격증, 입사성적 등의 획일적이고, 피상적인 기준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사업 내용과 상황, 문화 등을 고려하여정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조건을 정의해야 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월마트와 같이 기업에 따라서는 개인의 탁월한 능력보다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적합성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직무와 사업에 핵심인재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핵심인재가 반드시 필요한 직무와 사업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남성의류 및 턱시도 대여 업체인 Men’s Warehouse는 급여가 적고, 도전적이지 못한 의류 소매업의 특성상 소위 똑똑한 사람을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인정하고, 우수인재를 선발하지 않는 대신, 평범한 직원들에게 매년 1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 연간 600명의 의상 컨설턴트들을 배출함으로써 5년간 30%의 매출 증대와 25% 이상의 주당 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2) 리더십

경영진의 인재관리에 0대한 의무는 채용 지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재 확보는 경영진의 인재에 대한 구애의 종결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에 불과하다. 인재 영입 후 기존 내부 직원들과의 반목과 충돌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생산적 갈등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조정자로서의 판단이 중요하다. 때로는, 영입한 인재들이 단기적으로 성과 창출에 대한 주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이들을 격려하고, 방어막이 되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애플(Apple)사의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가 개발한 최초의 PDA ‘Newton’이 시장에서 참패했을 때 Steve Jobs가 끊임없는 신뢰를 표명하며, ‘Apple의 혼 그 자체로 극찬했던 것이 그 좋은 예라고 하겠다. 또한, A급 인재를 관리, 육성할 수 있는 A급 리더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A급 인재를 보유했다 하더라도, 그 위에 C급 리더가 있다면, A급 인재의 육성은 요원할 것이며, 어렵게 확보한 인재만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3) 제반 문화/시스템

개인의 성과는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온전히 발휘될 수 있으며, 동일한 인력이라도 어떠한 조직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성과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외부인재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배타성의 강도를 고려, 외부 인재들이 성공적으로 조직에 정착할 수 있는 제반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개인의 성과를 조직의 성과로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도 필요하다. 또한, 조직 내 보통 인재 (B Player)에 대해서도 공정한 내부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조직 내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작업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별 인재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이 조직을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차별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들은 오히려 잘 짜인 시스템과 독특한 문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직원들, 해당 기업에 맞는 인재에 대한 상()과 철학을 갖고, 이들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리더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과연, 우리 기업에 부합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인재관리방식이 필요한지를 찾는 작업을 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형관 상무

Source : 인재경영 7월호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