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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를 넘어 고유의 인사체계 개발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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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를 넘어 고유의 인사체계 개발해야 할 때


IMF 이후 유행했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관심이 신용 위기 이후 많이 퇴색한 듯 하다. 인사관리에 있어서도 많은 관련자들이 베스트 프랙티스를 앞 다퉈 도입하고 조직 내에 적용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상 변화된 것은 많지 않다고 토로하곤 한다.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일까. 그간 선진사례에 대한 수많은 학습을 토대로 이제는 각사의성과에 기여하고, ‘지속적으로 실행가능한각사 고유의 인사제도를 창조해야 할 때다.


A회사 임원의 이야기 : ‘GE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 주시오. 크로톤빌 같은 연수원도 만들고, Session C도 도입하고, 식스 시그마도 도입하고, 활력곡선 같은 것을 도입해서 세계일등 기업이 되고 싶소. 그리고 GE가 수행했던 전략 선택의 방법을 우리 회사에 도입되도록 해주시오. 그러면 GE처럼 될 거 아니오. ‘

  

인사제도와 관련해서는 이미 무엇인가가 만들어져 있고, 하나의 상품처럼 그것을 도입하면 일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암묵적인 생각이 의외로 많이 퍼져 있다. 이는 근사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잘 모방하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모든 것이 성공할 것처럼 소란을 피우는 여러 책과 글들, 회사를 경영하면서 나오는 갖가지 고민들에 대한 심도 있는 공유보다는 소위 선진 사례를 왜 모방하지 않느냐고 암묵적으로 꾸짖는 기사들, 잘 나가는 외국(특히 미국)의 관련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처럼 주장하는 몇몇 장사치들의 조언 등에 기인한 바가 크다. 게다가 실행의 주체가 되는 인사 관련자들이 너무도 쉽게 이를 받아들이고, 베스트 프랙티스의 모방이 인사 관련 여러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기대하며, ‘선진 인사제도구매를 위해 애쓰고 있다.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란 무엇인가. 쉽게 이해하자면 동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의 관련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외형을 모방한다고 해서 내실까지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위 선진 사례라는 것이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정착시키려는 사람들의고민실행이라는 내재된 가치가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진정으로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우리 상황은 어떤지, 책장에 꽂히게 되는 또 다른 보고서가 되지 않으려면 조직 내에서 어떤 장치들이 필요한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조직 내에 스며들 것인지, 누구를 움직여야 제대로 된 성과를 발현할 것이지 등 제대로 된 제도를 정착시키고 싶다면 선진 사례에 대한 참조 이전에 오히려 이들 사항에 대한 판단과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어느 학부모의 이야기 : ‘전국 수석을 한 학생의 생활패턴과 동일한 계획을 짜주시오. 같은 선생을 붙이고, 같은 학원을 보내고, 같은 참고서로 공부시켜 우리 아이도 수석으로 만들고 싶소. 그 동안 전국 수석을 한 학생들의 생활패턴을 따라 하면 우리 아이도 전국 수석이 될 수 있지 않겠소?’

 

새로운 인사체계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은 교육과 흡사한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아무리 좋은 학원을 보내고, 좋은 선생님을 모시더라도, 그것이 내 아이에게 체화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기업의 인사도 이와 마찬가지인 듯싶다. 전국 수석을 한 학생의 생활 습관, 다니는 학원, 보는 참고서를 내 아이에게 적용한다고 해서 수석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공부를 처음 시작할 단계(기업에 있어서의 창업기)에서 그것은 많은 시사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정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기업에서의 성장기와 재도약기) 결국 중요한 것은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에 맞는 학습법을 찾아내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전국 수석을 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학습 방법을 모방한 사람들일까.

이보다 근원적으로 부모로서 바라는(기업에서 바라는) 우리 아이의 모습(우리 회사의 진정한 지향점)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Top Management, CHRO의 철학)의 기반이 있어야 타인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참조할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우리는 앞서 이야기한 교육 사례처럼 부모가 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만으로 우리 역할을 다했다는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

 

‘인사 트렌드라는 것의 한계

지금껏 인사에는 무수히 많은 트렌드라는 것이 존재해 왔다. 한국형 팀제라는 화두가 엊그제 같은데, 직무성과제, 선택적 복리후생, 성과주의 연봉제, Internal job posting, competency center, BARs, BSC, flexible time, 직위파괴, EVP 등 그 제목을 모두 나열하기에도 벅찬 수많은 화두들이 소위인사의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이러한 인사 트렌드라는 것이 조직 내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몇몇 인사 관련자(컨설턴트, 인사 담당자,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기자 등의 제반 관련자)의 나쁜 버릇 때문이다. 어떤 트렌드를 알게 됐을 때 그 개념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제대로 공부하고’ ‘깊게 사색하고, 고민하기보다본인이 알기 쉬운 범위 내의 개념으로 치환하는 습관들이 간혹 표출된다. 쉽고, 이해가 가는 간단하고, 핵심적인 개념으로 만들어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탐구와 고민보다는용어 많이 알기에 치중하거나본인만의 개념으로 치환하기따위의 습성이 바탕에 있다면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실행과정에서의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나갈만한 동력을 얻을 수 없다. 나아가 용어들에 대한 인지여부를 인사에 대한 지식의 여부와 동일시하는 서투른 우월감이 인사쟁이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인사와 사내 타 기능간 지적 교류를 저해하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소위선진 사례, 인사의 트렌드는 항상 선도적인이슈에 대한대안 모색의 결과물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팀제를 예로 들어 보자, 팀제 탄생의 여러 배경가운데 하나는 주지하다시피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인한 성과 저하라는 이슈와 조직 단위 차원의 성과 향상 지향을 위한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 도출된 것이 팀제라는 결과물이다. 1990년대 국내 많은 기업들의 부서는 팀이라는 명칭으로 모두 바뀌었지만, 과연 얻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한 기업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회사의 인사부, 회계부 하는 것들이 인사팀, 회계팀이라는 한자와 영문을 조합한 어색한 명칭으로 바뀌었지만, 일하는 행태가 바뀐 경우는 거의 없다. 기존 조직의 장단점과 기업의 지향점에 대한 면밀한 판단 없이 팀제가 대세니 팀으로 다 바꿔버린 것은 아닌가.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것들을 모방함으로써 상호 연계성이 저해되고, 결과적으로 조직 내 정착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Toyota Way(지혜와 개선, 인간성 존중)를 추구하면서 GE Vitalization Curve(활력 곡선)을 도입하려는 것을 들 수 있다. Toyota Way는 고용 안정을 통해 근로자의 창의력과 헌신 극대화라는종신 고용의 가치에 기반한 것으로 직원간 경쟁, 차별화된 보상과 교육 기회의 제공, 역량 부진자에 대한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등을 기반으로 하는 활력 곡선의 전제와는 배치되는 개념이다. 선진회사의 근사한 용어, 성공한 사례에만 집착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이 같은 우를 범하곤 한다.

한때 우리를 스쳐갔던 많은 트렌드라는 것들이 논의와 보고 사이를 오가다 명멸해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기보다는 동일한 제도라 하더라도 거기에 어떤 가치를 투영해 가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랄프 코디너(Ralph J. Cordiner)의 크로톤빌과 잭 웰치(Jack Welch)의 크로톤빌이 서로 다르게 활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저 크로톤빌에만 집착하고 있다.

 

인사의 낙후성

먼저, 선진과 낙후란 어떤 기준에 의한 구분일까.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스며든 선진과 낙후의 이분법적 사고는 제국주의적 침략 시기에 만들어진 개념일 뿐이라고 한다.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는 것을 절대선의 영역으로 치부해버리던 시절, ‘미국=선진’ ‘한국=낙후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우리의 머리를 지배해온 것은 아닐까 한다. 지금 이야기하는 낙후를 선진에 대비되는 개념이기보다는 생각의 틀과 깊이의 모자람이라는 의미로 이해한 것이다.

세상을 대하는 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세상은 이미 사전적으로 규정된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이미 만들어진 각종 제도에 인간의 행위가 구속된다는 Prefigured World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나 시스템은 원래부터는 없었으며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개발, 개선된다는 Configured World의 관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논리적으로는 후자의 관점을 취하면서도 행동은 전자의 관점에서 할 때가 많다. Toyota의 제도를 도입하면 본인 회사도 종신 고용을 할 수 있다든지, GE의 크로톤빌과 같은 연수원을 지으면 인력 육성이 가능할 것이라든지, 각종 매뉴얼을 잘 만들면 행동을 규정지을 수 있다든지, 과학적·계수적 직무 분석을 하면 적정 인력이 나온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암묵적으로 Prefigured World의 관점에 기반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일은 Configured World 안에서 이뤄지지만 많은 사람들의 암묵적 행위는 그 반대다.

제 아무리 좋은 뭔가가 있더라도 그것은 소여(所與)의 것이 아니다. 어떤 인사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그것은만들어가야만하는 것에 불과하다. 실행 주체 없이어떤 제도가 스스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GE가 우리의 모방대상이 됐던 것은 훌륭한 제도뿐만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현실화시키고, 발전시키며,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선진 기업의 공통점은제각기 독창적인 자신만의 인사방식을 보유하고 있는 데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제도 스스로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만 믿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인사의 낙후성은 인사 관련자의 낙후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사쟁이는 의외로 미래 창조에 다소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새로운 창조에 대한 당위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특정한 과거의 틀에 얽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회사의 내용에 대해서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것은 아주 추천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가 공부하는 그 사례들도 다른 회사의 것을 모방한 것이라기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음을 명심하자.

 

성과 있는 인사가 되기 위한 제반 조건들

인사 관련 제도를 설계하고 실행할 때는 회사의 상황과 조직 내부를 고려하되, 아래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한다.

첫째, 보편적(Universalistic)인 접근 방식이다. 이는 어느 회사에나 기업 성과를 높여주는 보편적인 제도가 있다는 전제하에 타사 사례의 도입을 통해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주로 기업의 창업기적 상황에 적합한 방식이다. 물론 타사 사례 도입은 기업의 어떤 시기에서나 유의미한 것이지만, 이 시기 가장 유용성이 높다는 의미다. 둘째, 상황적(Contingency) 접근 방식으로 좋은 제도도 기업의 문화, 전략, 내부 상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는 전제하에 전략과 문화의 상하부와 인사제도와의 적합성(수직적 적합성) 및 인사제도의 한 기능과 다른 기능간 적합성(수평적 적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제도로서 기능할 수 있다. 셋째, 형태적(Configurational) 접근법은 우수한 경영 성과에 이르게 하는 인사관리 시스템은 여러 가지가 병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개별 인사제도보다는 인사제도 간 결합 양상을 보다 중요 시 여기고, 명시적인 제도보다는 암묵적인 조직 행태에 보다 중점을 두는 접근이다. 어떤 조직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지는 것은 타 조직에서 모방할 수 없는 암묵적 가치, 경로 의존성과 조직 내에서 암묵적 행태로 인해 발생하는 인과관계상의 모호성 등을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가치를 표출할 때 가능하다.

어떤 기업의 태동기에서는 타 제도를 모방해감으로써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쳐서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타사에 대한 모방보다는 암묵적인 행태가 표출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또 그런 상황을 이루기 위해 수직적·수평적으로 적합한 제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자기 회사의 각 사업부 특성, 임직원의 형태, 수용성, Top management의 성향 등에 따라 위 세 가지 접근은 서로 상이하게 또는 병렬적으로 쓰여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발현할 수 있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넘어 우리 고유의 인사 체계를 개발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생각해낸 것이 무조건 옳다는 편협한 생각이다. 남의 것을 배제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논의의 장()과 실행의 장()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 기어에서 발생하는 진정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 인사 관련자들의 보이지 않는 각고의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무언가의 모방이 아닌 제대로 된 이슈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은 아주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인사 관련자(컨설턴트, 인사 담당자,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기자 등의 제반 관련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정해주 대표

Source : HR Insight 6월호 (2009)